겨울이라는 계절에 은근히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 눈이 온다는 것. 어쩌면 귀찮을 수도, 불편할 수도 있는 눈 소식이지만 나는 눈이 좋다. 눈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면허증이 없으니 운전을 할 일도 없어 그닥 불편한 기억도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계절에 비해 다채로운 색감 뭐 하나 없는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덮여야 비로소 겨울같달까. 서울에 살면서 겨울에는 남쪽의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눈을 자주 보았다. 눈 덮인 나무와 건물과 도로를 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아~겨울이다. 한해가 다 지나가네. 잘 마무리 해야지' 하고 끝맺을 준비를 한다. 밤새 부지런히 내린 새하얀 눈은 차가운 아침공기와 함께 지난 밤 잘 잤냐며 아침인사를 해주는 듯 미소짓게 하고, 눈보다 더 부지런히 도시의 사람들을 위해 요정처럼 나타나 도로와 골목의 눈을 치우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겨울이 좋기만 하다.
겨울을 더 겨울스럽게 보내기.
여름에는 겨울 계절이 느껴지는 나라로 여행을 가고, 겨울에는 여름 계절이 느껴지는 나라로 여행가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오히려 더 여름답게, 더 겨울답게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열심히 바뀌는 계절을 더 잘 알아주고 함께 하고 싶어 이번 겨울에는 강원도 정선으로 친구와 함께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오랫만에 연락한 친구였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쓰는 것만으로도 친구라 할 수 있는 10대를 지나, 나의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친구를 선택하고 찾을 수 있는 20대도 지나, 그냥 온전히 나를 인정해주며 곁을 내주는 30대에도 모두 함께한 친구다.
'우리 여행갈래?' 이 한마디에 지난 1년동안 왜 연락이 없었냐가 아닌 '그래' 라고 해주는 그런 사이다. 어딜 여행 갈건지, 가서 무엇을 할 건지, 무엇을 먹을 건지 계획하기도 전에 이미 서로의 시간에 늘 함께 한 사람 마냥 지체없이 떠났다.
계획없이 무작정 겨울여행.


강원도-동해 방향으로 운행하는 KTX이음을 처음 이용해본다. 어딘가 들떠보이는 낯선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탔다.



통로도 넓고, 앞 뒤 간격도 넓어 좌석도 편했다. 자리마다 창문이 분리된 것도 은근 감동이었다. (KTX,STR 를 탈때면 두 줄씩 연결된 창문 때문에 아쉬울 때가 많다. 나는 창문을 보고 싶어도 내 뒷사람이, 혹은 앞사람이 휙 창을 닫아버린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기차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나에게 맛있는 냄새가 누군가에겐 악취가 될 수도 있지만, 이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평소 잘 타지않던 노선의 기차에 올라, 평소 잘 먹지 못하는 (시간대가 안맞아) 맥도날드 맥모닝 세트를 먹고 있노라면 익숙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여행에 몰입되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한시간 반 남짓을 달려 강원도 정선, 진부역에 도착했다. 도시에서 점점 벗어나 눈 내린 풍경이 하얗게, 더 하얗게 보이는 것을 쭉 보면서 왔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겨울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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