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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대한 기록

뚜벅이 혼자 여행 러버 -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

by 리미야아 2023. 2. 5.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약속이 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편하고 좋아졌다. 혼자 보내는 시간들은 우울감이 아닌 위로가 되었다. '내일은 오전부터 뭘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누워서 SNS를 보던 차 '대관령 양떼목장'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곤 주저없이 시외버스를 예매했다.

사진출처 대관령 양떼목장 홈페이지

역시 주말이 더 바빠.

전날 밤 시외버스통합예매-티머니 에서 급히 평창(횡계)행 버스를 예매(2만원)했다. 목적지인 대관령 양떼목장과 가장 가까운 횡계터미널을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오전 8시에 출발하는 횡계행 버스를 타기 위해,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겨울 아침이라 아직 어둑어둑한 것이 낯선 듯 설랬다. 평소였으면 토요일부터 늦잠이었을텐데,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강변역에 위치한 동서울종합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시간만 넉넉했다면 맛보고 싶었던 터미널 앞 포장마차의 우동을 뒤로하고, 탑승 티켓과 승차홈을 알아보기 위해 서둘러 터미널 안으로 향했다.

은근 긴장되는 순간이다. 내가 타는 버스가 여기가 맞는지 긴가민가, 몇 번이고 시간과 승차홈, 버스 정보를 봤는지 모르겠다. 기사님께 티켓을 보여드리고 탑승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포장마차 우동은 못먹었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먹는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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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밝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평창(횡계)으로 향했다. 동서울에서 횡계터미널까지는 2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적당히 흔들리는 승차감을 느끼면서, 익숙하지 않은 창밖 풍경들을 바라보는 버스여행은 나름의 힐링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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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다가 어느 순간 눈떠보니 전혀 새로운 곳에 와있었고, 평창 횡계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을테니 따뜻하게 속을 채울 필요가 있었다. 맛집 검색을 해보고 찾아간 곳은 '횡계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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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칼국수와 감자전으로 따뜻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었다.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면 확실히 덜 추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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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큰 길 맞은편에 있는 횡계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타고 양떼목장으로 10분 정도 이동(1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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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는 양떼목장, 하늘목장, 삼양목장 3군데가 유명하다. 뚜벅이인 나는 택시의 접근성도 좋고, 대관령휴게소와 가까운 양떼목장이 적합한 듯 하다. 타고 온 택시기사님의 명함(전화번호) 꼭 받아놓을 것을 추천! 횡계터미널에서 양떼목장까지 버스도 다닌다는데, 배차간격도 넓고 하루에 4번 정도 다닌다 하니, 진즉에 포기다. 양떼목장 구경 다하고, 터미널로 돌아갈 때 연락드리기로 택시기사님께 말씀드려놓으니 뭔가 맘이 든든하다.

초입부터 쌓인 눈이 반겨주어서 너무 설랬다. '역시 오길 잘했어.' 순간순간 '내가 지금 어딜가는 거지, 아침부터 나 뭐하는 거지' 하고 살짝 현타가 오려고 했는데, 하얗게 쌓인 눈을 보자 그런 생각들은 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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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너무 예쁘다.'를 연신 외쳤다. 비록 군데군데 녹은 곳도 있었지만, 새하얗게 펼쳐진 언덕이 너무도 보기좋았다. 뽀드득 발소리를 내며 추위에 익숙해져서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높은 건물 하나 보이지 않는 언덕과 산을 내려다보고 올려다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

차근히 생각을 정리하다가도, 정리랄게 뭐가 있나 잊혀지기까지 하는 겨울여행이었다. 손끝 발끝 몸은 추웠지만, 머릿속은 시원하고, 마음은 훈훈해지는 혼자 여행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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